"전셋값 5억 내려서 이사 가려고 했는데…" 포기한 이유 [돈앤톡]

입력 2023-06-21 07:40   수정 2023-06-21 11:26


#. 서울 송파구에 살고 있는 김모씨(42)는 최근 다른 전셋집으로 이사를 가려고 했지만 포기했습니다. 집주인이 "당장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다"고 얘기해서입니다. 주변 전셋값이 2년 전 전세 계약을 맺을 때보다 많이 내려 더 낮은 가격에 전셋집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김씨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김씨는 "주변에서 '집주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내야 한다',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야한다' 등의 조언을 많이 받았지만 직장을 다니고 있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주변 시세만큼은 아니지만 일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았기 때문에 일단은 2년을 더 살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임대차 시장에서 역전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16억원에 전세 갱신 계약이 맺어져, 2년 전 21억원보다 5억원이 낮아졌습니다.

서울 비강남권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 전용 84㎡도 지난달 6억1000만원에 갱신 계약이 맺어졌습니다. 7억3000만원보다 1억2000만원 낮은 가격에 기존 세입자와 계약을 연장한 것입니다.

경기·인천도 마찬가지입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마을(4단지)' 전용 41㎡는 지난 16일 2억7000만원에 전세 갱신 계약이 맺어져 2년 전 3억5000만원보다 8000만원이 낮아졌고,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송도더샵마스터뷰21블록' 전용 84㎡는 지난 10일 3억6500만원에 전세 계약을 갱신해 2년 전 4억6000만원보다 9500만원 낮아졌습니다.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요즘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세입자들이 더 낮은 가격에 나온 전셋집으로 이사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근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주지 않아 계약이 성사되지 못한 경우가 꽤 많다"며 "다른 전셋집으로 이사가려는 세입자들에게 미리 이전에 살던 집을 정리하고 오라고 얘기해준다"고 귀띔했습니다.

세입자들이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제대로 누리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입자 본인의 문제가 아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 때문에 임대료 부담을 지고 있는 것입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 제도가 오랜 기간 이어져 오면서 전세보증금은 받아서 대출을 갚거나, 집을 사는 데 쓰는 '관행'처럼 돼 버린 것이 문제"라면서 "여기에 보증금은 다음 세입자를 받아 주면 되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집주인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역전세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전세 제도 자체를 없애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은 "전세 제도가 사인 간에 만들어진 제도인 만큼 폐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당장 하반기 도래하는 전세 만료 건은 집주인들의 대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앞으로 맺어질 계약의 경우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식을 통해 역전세를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1년간 전세 만료 보증금 규모는 최대 300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전국 주택전세거래(아파트·단독다가구·연립다가구·오피스텔) 총액은 2021년 하반기 149조800억원, 2022년 상반기 153조900억원으로, 향후 1년간 전국에서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보증금 규모는 300조원을 넘어섭니다. 2011년 실거래가 공개 이후 최고치입니다.

서울이 118조6800억원으로 가장 많고 경기(98조9300억원), 인천(15조8200억원) 순으로 많았습니다. 지방에선 부산이 12조1700억원으로 유일하게 1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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